Hyun Hong

^1.사진을 하면 할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카메라와 시각과의 상관에 있다. 카메라는 씨잉 SEEING 을 룩킹 LOOKING 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프로세스이다. 피상적이고 습관적인 시각 - 보다 SEEING 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시각 - 주시하다 LOOKING 로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완성된 작품을 거론하기 이전에 카메라 자체가, 어떠한 대상을 촬영하려는 작가의 시각적 태도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룩킹 LOOKING이 씨잉SEEING 보다 좀더 우월한 것인가? 예술 쪽에서 보면 당연히 그렇다. 예술은 일단 붙잡아두고 보는 것 LOOKING이다. 스쳐 지나가는 것 SEEING들 속에선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카메라는 그 특성상 사각형이라는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룩킹할 것을 강요한다. 그래서 작가는 재료가 되는 대상을 면밀하게 재단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계속적인 주시 LOOKING의 사진적 결과가 프레이밍이란 뜻이다. 이런 맥락으로, 모든 사진은 주관적이다. 아무도 자신의 뜻과 반하여 대상을 프레임 안에 올려놓지 않는다. 객관적 접근이란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2.포토그라픽 룩 1 - 시각 건축 시리즈는 건축을 촬영한 사진이다. 첫번째로, 타입 1에선 여러 건축물들을 유사한 패턴의 틀로 조형해 보았다. 불연속적인 사진들이 연속적인 시각적 질서 안에 놓여진다. 두번째로, 타입 2는 건축에 깊숙히 들어가, 작은 부분만을 시각재료로 하는 사진구성이다. 모두 형식적 - 일상적 의미에서의 - 이다.

평면구성은 결국 형태와 배경 이렇게 두 요소의 분할로부터 시작한다. 형태 - 또는 대상 - 와 배경은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교섭하고 갈등하고 협력하는 굉장히 복잡한 관계에 있는데 그 두 요소를 어떻게 통제하느냐는 작가 본인의 스타일 - 일관된 개성 - 에 달려있다. 내가 지정한 형태 밖의 배경엔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없기를 바란다. 최소한 단순했으면 한다. 나는 배경이 대상을 간섭하는 것이 너무 싫다. 보기가 힘들다. 좀 강박이라고 해야하나. 아무래도 나의 미적 지향이 되버린 듯 하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3.건축가들이 재료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진작가들은 시각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리적 재료를 시각적 구성으로 전환해야하고, 자기 이야기로 마감을 해야한다. 대상을 사진으로 변환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촬영을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과 전달에 있어 나름 개인들의 감각 플레이를 필요로 한다. 건축을 다루는 사진이라면, 사진가는 건축가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림 -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의 - 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건축사진 - 건축사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 이 아닌 이상, 작품은 작가 자신의 대상에 대한 주시이며 또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내 사진은 사진 건축이다.